제가 바둑을 배운 것은 7세 무렵(1980년경)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열두 살 위인 형과 그 위의 누나가 바둑과 장기를 가르쳐 주었는데, 당시 시골에서는 딱지, 구슬, 팽이, 썰매, 물놀이, 고기잡이, 나물이나 칡뿌리 캐기, 공기놀이, 땅따먹기, 술래잡기, 사방치기 등 여러 가지 놀이를 철따라 바꿔가면서 했었는데, 바둑과 장기판도 좋은 놀잇감 중의 하나였습니다. 바둑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형이 일본판바둑입문서 번역본을 사와서는, 한자로 써진 부분은 볼펜으로 한글로 고쳐서 저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무튼 바둑이든 장기든, 오목이든 재미있어서 열심히 놀다보니 나중에는 주변에 적수가 없게 되어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바둑을 다시 두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였습니다. 당시 인천에서 같이 살던 매부가 9급 정도 두었는데 제가 아홉 점을 깔고 시작을 했습니다. 매부는 재미를 위해서 약간의 내기를 제안하곤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오징어를 사는 것을 내기로 걸었는데, 거의 제가 이길 때가 많았습니다.(학생이라 돈이 없으니까 꼭 이겨야만 했습니다. 물론 져도 매부가 사주는 경우가 많았지요. ^^*) 독서가 취미였던 저는 추리소설과 바둑책을 특히 좋아했고(가끔 만화방에도 몰래 갔었습니다.^^;) 바둑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 몇 달 되지 않아 매부에게 백을 빼앗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같은 반에 바둑을 두는 친구가 두 명 정도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바둑학원에서 어릴 때 바둑을 배워서 4급까지 되었고 또 한 친구는 저와 비슷한 실력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조치훈, 조훈현, 이창호 등 유명한 프로기사들 때문인지 바둑을 배운 친구들이 한 반에 몇 명은 있었던 모양입니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모눈종이에 바둑을 그려서 두곤 했고, 주말에 가끔 동네기원에 가서 두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실력이 점점 더 늘어 혼자서 기원을 갈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주말에 오락실이나 롤러스케이트장 등에 갈 때 저는 혼자서 기원을 가곤 했습니다. 주로 학교 밑의 기원에서 바둑을 배우는 초등학생들과 어울려 바둑을 두기도 했습니다. 당시 어린이 급수로 3급이었던 김수영이라는 꼬마애가 있었는데 저와 비슷한 실력이었는데, 하루는 단판치수고치기로 7점까지 내려가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이 꼬마가 나중에 서울대 정치학과에 들어와서 바둑부 후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또 동네에 있던 한 기원에서는 일본 정계에서 은퇴한 원장 할아버지가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이라고 원비도 안 받으시고 가끔 밥도 사주셨습니다. 

  대학을 선택할 때에 마땅히 정해놓은 학과가 없었던 터라 서울대에 ‘바둑부’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꼭 서울대에 가고 싶었습니다.(당시에는 명지대 바둑학과가 아직 없었던 때였습니다.) 당시 반에서 2등 정도를 하는 실력으로는 좋은 학과에 갈 수는 없었지만, 집안이 농사일을 하는 집안이라서 큰 고민은 하지 않고 농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부친은 지금도 바둑으로 먹고살 수 있냐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서울대 바둑부에 들어가니까 연구생 출신 아마5단인 친구들도 있고 바둑을 1급(당시 기원 1급이면 아마 정상급으로 통했습니다.) 둔다는 선배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실력은 당시 기원급수로 4급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바둑부를 통해서 동경대와의 교류전도 수차례 가졌고,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과의 교류전, 각종 바둑대회에 출전했던 일, 특히 북경과 일본을 오가며 대학바둑선수권대회에 출전하여 우승까지 했던 일은 지금까지 가장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습니다. 

  진로를 바둑으로 정한 저는 대학시절부터 초등학교, 문화센터, 바둑학원 등에서 바둑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물론 영어수학 과외도 계속 했습니다.) 구월바둑교실과는 20년 전 초대 원장 때부터 인연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바둑을 배운 제자들 중 지금 대학생인 친구들도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기원 인터넷회사 기획팀에서 3년간 일했습니다. 또한, 미추홀 기우회에서 10여년 동안 활동하고 있고, 현재는 인천바둑협회 사무차장으로 인천연구생(프로지망생)을 담당하고 있고, 이원복 의원(인천남동을 의원, 국회 교육분과 의원, 인천바둑협회 고문)과 함께 연구생후원회 일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할 일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바둑을 통해 좋은 교훈과 많은 보람을 얻게 하는 일입니다. 또, 나중에 여력이 된다면 해외바둑보급이나, 바둑계의 발전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