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0년대 후반에 보드게임카페가 신림동에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보드게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 바둑부 선배 중, 한 때 스타크래프트 여자프로게이머였던 윤 모 선배가 프로게이머를 접고 '페이퍼이야기'라는 보드게임 카페 체인망을 운영하고 유통사업도 벌여나갈 때였습니다. 아마 윤선배는 나중에 보드게임협회장도 지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인터넷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의 기획팀에 근무하면서 선배가 운영하는 회사에 자주 놀러 다니면서 배우는 한편, 보드게임의 온라인화를 모색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보드게임 관련 사업이 카페나 유통사업만으로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더군요. 보드게임 카페에서 직원들이 게임룰을 일일히 설명해 주지 말고 따로 방을 만들어서 게임설명 동영상을 직접 골라서 시청하도록 하는 것이 좋았겠지요. (게임설명 동영상은 지금 보드게임을 만들거나 유통하는 회사에서는 필수적으로 만들고 게임설명서에 그 사이트 주소를 꼭 기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하루하루 특정한 추천보드게임을 선정하여 할인을 해서 고객이 여러가지 보드게임들을 골고루 이용하도록 하는 이벤트도 필요했겠구요, 바둑 두는 기원처럼 혼자 오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과의 게임을 주선해 주는 서비스를 가미했으면 더 좋았겠지요.

 

카페사업은 고전했지만 보드게임의 본질상 어린이 교육용으로 활용도는 많다는 것을 느끼던 차에, 회사를 그만두고 2003년부터 바둑학원을 운영하고 학교강사로 나가면서, 바둑과 함께 여러가지 보드게임을 일선에서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리고자 했습니다. (바둑계에 보드게임을 최초로 도입하고 전파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배웠던 50여가지의 보드게임을 하나씩 구매하여 활용하다가 현재는 10여종의 보드게임을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둑이 주가 되다 보니 간단한 것을 주로 활용하고 복잡한 것은 MT 등 특별한 경우에만 활용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름의 교육방법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많은 바둑강사분들은 그 많은 보드게임 중에 '바둑 한 가지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물론 바둑이 가장 복잡한 보드게임이고 교육적 효용성이 크며, 오랜 전통을 가졌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세계의 50,000여 가지의 보드게임 중 하나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체스, 모노폴리, 카탄 등 바둑 못지 않게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보드게임도 많은 만큼 세계의 다양한 보드게임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바둑의 비교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며, 어린이들에게도 다양한 분야의 간접체험과 두뇌의 여러가지 영역을 골고루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보드게임을 배우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에 요구되는 인재는 T자형 인재로 한가지 분야에 정통하면서도 여러가지 다른 분야도 두루 이해하고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다. 도요타에서도 예전에는 한 가지 분야의 최고전문가들만 모아놨더니 서로 자기주장만 강하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이해를 못해서, 결국 싸우느라 정작 자동차는 못만들더라고 한다." 라고 얼마 전에 카이스트 안철수 교수가 역설한 바가 있습니다.(올해는 서울대 디지털정보 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내정되어 있다고 하죠?  지금 카이스트 학생들 자살사건 때문에 난리입니다만..) 마찬가지로 바둑 한 가지만 아는 것보다는 다른 것도 골고루 할 줄 아는 것이 좋겠지요.

 

더구나 현재 90년대 후반학번인 우리나라의 젊은 학부모들은 이미 보드게임 세대로 그 효용을 알고 있으며, 점차 전자게임의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몇 년 전에 있었던 보드게임지도사과정도 수료했는데, 이번에 강의를 새로 들으니 전보다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입니다.

아이패드와 프로젝터, 파워포인터를 이용한 강의준비, 보드게임을 직접 개발하거나 유통하는 전문가들의 직강, 민간자격증 제도 시행 등은 이제 보드게임 지도사과정교육이 제대로 자리매김을 해 간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 시간의 강사분이 외친 구호처럼 보드게임이 널리 전파되기를 기대합니다.  

공부에 지치고, 전자게임에 병들어가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선진국들처럼 여러가지 재미있고 유익한 보드게임을 배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