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심히 공부해서 학자가 되고 싶어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합격한 오주성 2단]



오주성 2단을 아시나요?

2002년 14세 입단.
2003년 오스람 코리아배 본선
전적: 22승 21패 (2004년 8월 6일 이후 공식기록 없음)

프로기사 오주성 2단의 프로필이다. 오주성 2단은 14세의 어린 나이로 입단해 주목을 받았으나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어느날부터 대국장이나 기사실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바둑계에서 잊혀져 가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2007년 2월 1일 서울대 물리학과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프로기사가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이제는 옛말이다. 하지만 바둑특기생으로 진학하거나 바둑학과에 입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창 성적을 낼 수 있는 나이에 바둑을 잠시 접고 학문으로 방향을 튼 것은 이례적이다. 정치학 박사인 문용직 4단이나, 서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을 치른 경력이 있는 남치형 초단이 학문으로 전향한 바 있다.

오주성 2단을 만나 그간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교 합격을 축하한다. 소감은?
우선 기쁘다. 이제 시작이라 특별히 소감을 말해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앞으로의 대학생활이 기대된다.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한동안 소식이 없었는데 어떻게 지냈나?
평범하게 학교(한영 고등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이후로 공식대국이나 프로기사 활동은 하지 않았다.

다른 기사들과 달리 바둑을 완전히 접어두고 학업에만 열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원래 호기심이 많은 편이고 공부도 하고 싶었다. 다만 입단 전에는 바둑이 매우 좋아서 바둑에만 빠져 있었다.

프로기사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았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을 뿐이다. 공부를 하면 더 큰 보람이나 성취를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물리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원래 목표가 물리학과였나?
1학년(고등학교) 때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다. 계속 공부를 하다가 흥미가 생겼고 적성에도 맞는 듯하여 물리학과를 목표로 잡고 공부를 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흥미가 있었다.

입시준비는 어떻게 했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냥 동네 학원도 다니고 학교 공부 열심히 했다. 원래 공부에 취미가 있었던 것 같다. 억지로 하지 않고 재미있게 공부했다.

앞으로 프로기사 활동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가능하다면 병행하고 싶다. 그러나 앞으로 학교 공부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지금 생각은 학교 공부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길지는 않았지만 프로기사 활동은 어땠는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바둑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프로기사가 꿈은 아니었다. 단지 바둑이 참말 재미있어서 계속 하다 보니 프로기사까지 되었다. 다만 생각보다 대국의 기회가 많지 않았고 성격이 내성적이라 동료 기사들과 같이 공부하기도 조금 껄끄러웠다. 그러던 차에 뭔가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둑과 물리학이 연관성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물리학은 이제 시작이고 바둑 또한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다만, 아인슈타인도 바둑을 뒀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은 바둑을 두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은 몇 번 들었다. 뭔가 남들과 다른 생각을 했을 것 같기도 하다.

바둑과 공부 중 어떤 것이 더 힘들었나?
바둑은 내가 좋아서 한 것이기에 힘들지 않았다. 나이가 어려서인지 꼭 프로기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다. 다만 공부는 목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축구도 좋아하고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한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많이 읽지 못하고 맘에 드는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로마인 이야기는 30번 정도 읽었다.

친한 또래 프로기사는?
아까도 말했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또래 기사가 없다. 입단 당시 나이도 어려서 모두 형, 누나들뿐이라 많이 어려워했다.

존경하는 인물은?
존경까지는 모르겠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을 좋아한다. 그 분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으면서 물리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다방면으로 뛰어난 사람이다.

[리처드 파인만(1918~1988): 미국의 물리학자로 재규격화이론으로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수험생들이나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내가 뭐라 조언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단지 나는 내가 즐겁게 하고 싶어서 한 공부라 스트레스를 비교적 적게 받았을 따름이다.

앞으로 목표는?
어렵다. 일단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보람을 찾고 싶다.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 학자가 되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공부한다면 바둑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바둑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 한 마디.
나를 기억해 주는 팬이 있을까? 부끄럽다. 프로기사 활동을 열심히 못해 실망하신 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아직 어린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대화를 나누며 느낀 오주성 2단은 여느 20세 젊은이와 다를 바 없었다. 프로기사에 서울대 입학까지 성공한 이력을 보고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선입견에 지나지 않았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임에도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면 막힘 없이 자신있게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머니(사진)가 말하는 아들의 모습도 자기 주관이 뚜렷한 아이였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선 끝까지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 아이라서 100% 믿고 뒷바라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인이 관심 없는 일은 금방 잊고 성격도 무심한 편이다.”

스타크래프트도 할 줄 모르고 여자친구와 이야기 해 본 적도 별로 없다는 오2단.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순수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10년 혹은 20년 후에 물리학자 오주성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인철  (cloudbdk@cyber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