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아동들에게 줄 수 있는 첫 번째 가장 큰 선물은 평생을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여가 수단을 제공해 주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심리사회적(psycho-social) 발달을 촉진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바둑은 어린이의 두뇌를 훈련시키는 가장 유력한 수단

바둑은 인간이 개발한 최고의 지적인 게임이다.

바둑은 인간의 다양한 인지적 능력을 필요로 하고 가능한 경우의 수가 무한하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바둑은 인간의 상이한 인지적 능력(기억력, 공간지각력, 계획수립, 수리력, 분석력 등)을 필요로 하는
하위 문제(포석. 정석선택, 수읽기, 중반전, 끝내기 등)로 구성되어 있어서, 바둑을 잘 두기 위해서는
인간의 다양한 인지능력을 복합적으로 활용해야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또한 바둑은 매우 복잡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19× 19줄로 되어있는 작은 바둑판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면 10의 '700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오는데, 이것은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보다도 많은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서양에서 즐기는 체스는 상대적으로 단순해서 IBM에 의해 이미 세계 챔피언을 이기는 컴퓨터 대국
프로그램(Deep BlueⅡ)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바둑에서는 인간 고수에 필적하는 컴퓨터 대국 프로그램의
개발은 현재의 계열적(serial) 컴퓨터 연산방식에서 탈피하여 혁명적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에 비해 엄청난 정보처리 속도와 기억능력을 갖고 있는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을 인간은 해내는 것이다. 병렬적 처리를 하는 인판의 지능의 신비로움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바둑은 이러한 이유에서 처음에 배울 때는 막막하고 단조롭다가, 조금 수가 늘면 그 흥미진진함에 빠져들고
나중에는 변화의 오묘함에 어려움을 느끼는 그런 게임인 것이다.



오늘날 많은 어린이가 바둑학원에서 혹은 가정에서 바둑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인간의 인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바둑은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바둑의 기원이 주는 함축적인 의미에서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중국의 몇몇 문헌에 의하면 바둑은 고대 중국의 요(僥)임금이 우둔한 아들인 단주를 깨우쳐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요임금이 만년에 제위를 물려줄 사람을 찾기 위해 포이라는 선인에게 질문한 결과, 제위는 순(舜)이가는 사람에게 물려주고, 성품이 용렬한 아들 단주에게는 바둑을 가르쳐 만용을 부리지 못하도록 하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바둑은 그 기원에서부터 교육적 목적에서 나왔다고 하니 흥미롭다.

바둑은고래로부터 난가(爛柯껀-바둑의 옛 명칭)라 하여 어떤 나무꾼이 도끼를 들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모르고 신선들의 바둑을 보았다는 설에서 나온
유래라 하여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삼매의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심리학자인 칙센미하이는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몰입상태(flow)에서 나오는 것” 이라고 갈파하고 있다. 그러나 바둑은 이러한 몰입의 재미만을 주는 것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들은 바둑이 주는 이러한 유희적 즐거움을 체험하는 동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데 심리사회적
발달이라는 부산물은 얻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놀이 치료적 성격을 갖는다.

아동심리학자인 쉐퍼는 아동이 놀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14가지로 정리하였는데

이중에 아동의 심리사회적 발달과 관계된 것으로 저항의 극복, 의사소통 자아 존중감형성, 창조적 사고,
정화, 억압된 감정의 해소, 관계증진, 암시적 교훈 등을 들 수 있다.

바둑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바둑을 두는 과정에서 어린이에게 심리사회적 발달이라는 성장을
제공해 준다.



바둑이 주는 두 번째 긍정적 효과는 아동들에게 집중력을 길러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머리(IQ)가 좋아도 집중력이 부족하면 소기의 학습 성과를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판의 바둑을 두거나 바둑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상당한 집중력과 인지적 인내를 필요로 하는데, 아이들은 바둑이라는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바둑은 아동들에게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바둑은 상대와의 대결을 통해 승부를 겨루는 경쟁적 요소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동은 승리의 즐거움과 패배의 쓰라림도 경험하게 된다. 아동들은 바둑이 주는 많은 승부의 경험을 통해 이겼을 때 상대에 대한 겸손함과 배려를 할 수 있고 졌을 때도 당당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인격적 힘을 배양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바둑자체가 이러한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바둑지도에 종사하는 분들이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 아동 지도를 한다면 아동들에게 바둑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휼륭한 사회성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바둑이 아동들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바둑의 효과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바둑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 가능성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 효과가 실증적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또한 요즈음 각종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의 유해성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아동들이 이러한 게임에 빠지지 않고 바둑을 배워 바둑이 주는 오묘함과 건전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일호(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심리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