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바둑, AG 정식종목 채택
광저우조직위의 요청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통과
광저우조직위의 강력한 요청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통과-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도 연거푸 정식 종목 가능성 높아

아시안게임 채택 여부 해프닝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바둑이 진통 끝에 드디어 2010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5월28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서 개최된 제50차 집행위원회를 열어, 바둑과 롤러스케이팅, 정구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 28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제50차 진행위원회가 열린 후 대표들의 기념 촬영.

체스가 서유럽중심으로 인기가 있다면 바둑은 동아시아권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한중일 대만 동안 4국의 노력이 빛을 발한 쾌거로 꼽힌다. 바둑은 지난 4월16일 쿠웨이트시티에서 열린 OCA 총회 당시 광저우 조직위원회가 정식종목으로 신청했지만 기존 종목인 체스와 비슷한 마인드 스포츠라는 이유로 탈락했었다.

바둑이 정식 종목이 된 것은 정치적인 힘이 작용한 듯 보인다. 다만 급조되어 들어가면서 바둑이 체스의 세부종목이라는 점이 개운치 않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중국의 계속된 요청을 받은 OCA가 총회를 거치지 않고 종목을 추가한 흔적이 바로 세부종목이다.”라고 풀이했다.

즉, OCA 집행위원회가 41종목으로 아시안게임의 종목 수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체스의 범주에 넣고 일개의 세부종목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정구는 테니스의 세부종목으로 추가한 데 이어 롤러스케이팅은 크리켓과 묶어서 한 종목으로 표시하는 변칙적인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체스는 3개의 금메달이 걸려있으나 바둑이 포함되면서부터 메달 개수가 어떻게 조정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관계자들은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됨으로써 아시안게임 참가로 선수 수급 증대와 대한체육회 지원 확대로 종목 활성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며 널리 환영하고 있다.

바둑이 아시안게임이든 올림픽이든 전국체전이든 대소의 운동경기의 정식 종목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바둑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당당히 국가별 메달 순위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당장 올해 치러지는 전국체전에서 부터 시범종목으로 취급(?)받고 있는 바둑이 정식종목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한국바둑계의 외교력의 승리
정점에서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한국이나 바둑 붐이 일고 있는 중국이나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일본이나 공히 바둑의 저변확대에는 관심이 같다. 물론 바둑을 바라보는 각국의 입장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한중일은 이미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62년부터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이었던 중국은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는 식이었다. 반면 일본은 문부과학성에 등록이 되어있으며 체육협회에는 가맹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한때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올림픽에 넣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한국의 입장은 비교적 급박한 것이었다. 아시안게임도 좋지만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전국체전에는 4년째 시범종목으로 참가하여 스포츠로써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중.


작년 이후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의 주도로 아시아 3강이자 세계 3강과의 물밑접촉이 이제야 결실을 본 것이다. 이번 중국의 결정은 특히 한국바둑의 스포츠화 열망에 대해 화답한 것이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은 예상된 것이었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그동안 조용한 외교협상력을 발휘해서 오늘의 이 영광이 돌아왔다. 이미 대한바둑협회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바둑의 스포츠화의 일환이다. 2006년 10월22일 창설된 아시아바둑연맹(회장 조건호)이 아시아 16개 가맹단체를 아우르는 눈부신 외교력의 승리이다.

국내에서 벌어졌던 진부한 정체성 논쟁을 종식시켰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바둑이 그간 오랜 세월동안 ‘골방문화’에서 ‘예도’ ‘두뇌스포츠’ 등 이상한(?) 이름을 거쳐 정식스포츠로서 정체성을 확실히 다진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새로이 추가된 3개 종목의 금메달 개수나 경기 방식 등 세부적인 사안은 추후 OCA 집행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여기서 외교력이 또 한 번 발휘되어야 한다. 광저우대회에는 어쩔 수 없이 세부종목이 되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립을 해야 한다. 마친 다음 차기 대회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므로.


메달개수는 차후 논의
류스밍 중국기원 원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해 차후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지만, 바둑보다 가맹국수가 많은 체스의 경우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과 남·여 개인전 등 3종목이 열린 바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로서는 작년부터 아시안게임 채택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왔던 한국 일본에서 어떤 의견을 내놓을 지 아직은 알 수 없기에 말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설에는 남·여 단체전, 남·여 개인전, 남여혼성페어 등 5종목으로 하자는 중국 내 여론이 많다고 한다.

이에 관해서는 오는 6월15일부터 19일까지 전주에서 개최되는 제1회 아시아바둑선수권대회의 종목을 살펴보는 것도 힌트가 될 듯하다. 남?여 개인전, 남여혼성페어 등 3개. 이와 비슷한 의견으로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인 마샤오춘은 “페어바둑은 치밀한 계획과 조화가 필요하여 재미있을 것”이라며 남·여 단체전, 남여 페어바둑 등 3종목을 사견임을 전제로 말한 바도 있다.

페어경기는 의외성을 가미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종목이다. 바로 이 점이 아시아 바둑 팬에게 호응을 얻고 바둑보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페어대회는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좋다”는 중국 측의 언급도 있으니 페어경기가 많이 들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프로도 참가할 것인가?

이창호·이세돌과 구리·창하오가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만날 것인가? 이 문제는 한국으로서는 프로든 아마든 세계최강의 입지임으로 그리 중요한 변수는 아니다. 다만 이 문제에 관해 일본에서는 “프로가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인 반면, 한국 중국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낙관할 수는 없다. 3강국 이외의 국가가 메달을 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탓에, 3강국 이외의 국가에서 참가할 명분을 주기 위해서라도 프로의 참가문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종목이 적어진다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있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대회는 그 성격상 동일한 인적구성이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프로선수의 참가가 상위대회인 올림픽에서도 일반화된 상태. 따라서 이 문제도 고심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오는 6월 전주에서 벌어지는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아마추어 선수만이 참가한다.


몇 개국 참가하나?
체스가 41개 가맹국이 있는 반면 바둑은 아직은 그 저변이 넓지 않아 현재 16개국뿐이다. 바둑이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면 기존의 아시아 3강 이외에 북한 대만 홍콩 등 15개국 정도가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은 기간 동안 가맹국수를 늘리는 것도 문제이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바둑이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라는 것이다. 이미 인천시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맹국수의 증가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번 유치 표 대결에서 가맹국에게 항공료와 숙식비 무상제공을 약속했다. 또한, 스포츠 약소국에게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구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따라서 바둑후진국들에게 바둑의 보급이나 물품의 지원 등이 이뤄지면 가맹국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


퇴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일회성 대회로 끝나지 않고 바둑이 정식종목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체스의 예처럼 일회성 종목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둑이 감흥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한중일의 대승적이고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한다.

체스는 아시아가맹국이 41개나 되기 때문에 바둑의 가맹국 16개와 비교하면 규모면에서는 충분히 정식종목이 되고 남았다. 그러나 아시아 3강이 지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 지극히 평면적인 움직임으로 말미암아 언론의 기대를 모으지 못한 것도 퇴출의 원인이다. 한번 퇴출이 된 종목이 다시금 진입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룰 문제 시급한 과제로 떠올라
재미와 함께 룰 문제를 어떻게 통일할 것인지도 문제이다. 바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 빨리 공식스포츠로 진입했다. 따라서 간혹 그간의 준비가 있었지만 룰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도 해 묵은 고민거리이다. 한중일이 어렵게 만든 공동 화합의 장이니 만큼 자칫 한중일의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되면 다된 밥에 재를 뿌리게 될 지도 모른다.

룰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될 기미가 없으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 룰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이나 한국으로서는 급작스레 중국 룰 보급이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이 한편으로 보면 바둑 붐 조성의 찬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여러 가지 난해한 문제로 복잡한 양상을 띨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향후 이러한 난제들은 물론 각국의 여론을 보아가며 결정될 것이다. 대한바둑협회는 구체적으로는 오는 6월15일부터 19일까지 전주에서는 열리는 제1회 아시아바둑선수권대회기간 중에 아시아 각국의 의견을 수렴해서 아시안게임 조직위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누차 강조했지만 한국바둑계는 다시 한 번 바둑 붐 조성의 호기를 맞고 있다. 이번 결정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한국바둑계로서는 황금 같은 7년의 시간을 벌었다. 2010년과 2014년 연달아 개최되는 두 차례의 아시안게임. 바둑인 뿐 아니라 온 ‘체육인’들의 중지를 모아 철저히 준비해야 하겠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