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연마의 단계

이겼다 하더라도 부끄러운 바둑이 있고, 지더라도 칭찬 받는 바둑이 있다.*이겼다 하여 상대의 면전에서 너무 좋아 하지 마라. 상대의 심정을 헤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미 그것(바둑)을 좋아한다면, 마땅히 배워야 하며, 연마한다면 마땅히 깊이 파고들어 그 본질을 깨우치는 것이 마땅하다. 비단 바둑뿐이겠는가? 모든 것이 그러하다.

一. 일년이야 (一年而野)

바둑을 모르던 사람이 배우기 시작하여 1년이나 2년후에 좀 강해지면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시절이 온다. 이시절이 `일년이야` 이다.

二. 이년이종 (二年而從)

그리하여 계속 바둑을 배우며 두는 동안에 차츰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 두다보면 스스로 자기의 미숙을 깨닫게 되고 따라서 얌전해진다. 이 시절이 `이년이종` 이다.

三. 삼년이통 (三年而通)

그리고 나서 자기의 미숙을 깨닫고 더욱 분발하여 공부하는 사이에 정석이나 포석 또는 끝내기 기타의 문제를 알게 된다. 이때가 `삼년이통` 이다.

四. 사년이물 (四年而物)

삼년이통을 거쳐 면학을 계속하다 보면 자기 스스로 자제하여 둘 수 있게 된다. 이때를 사년이물이다.

五. 오년이래 (五年而來)

이것저것 대충 알게 되면 현재 자기가 습득한 기량만으로는 흡족치 못하여 무엇인가 자기만의 수를 두고 싶어하는 때가 `오년이래` 이다.

六. 육년이귀입 (六年而鬼入)

여기까지 오면 바둑에서는 고급의 단계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자기만의 독특한 기풍이 이루어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바가 되는 것이다. 자기만의 기풍을 갖출 수 있는 시절이 `육년이귀입` 이다.

七. 칠년이천성 (七年而天成)

육년이귀입의 상태에서 더욱 자중하여 연구하면 저절로 정연한 바둑을 둘 수 있게 된다.

八. 팔년이부지사부지생 (八年而不知死不知生)

이때부터 바둑은 단순히 바둑뿐이 아니고 그안에서 삶의 철학과 인생을 깨닫는 경지에 이르니 내적인 완숙을 이루는 때이다.

九. 구년이대묘 (九年而大妙)

더욱 수업에 정진하여 바둑과. 인생의 삶과 죽음을 터득하는 단계까지 오르면, 반상에 전개된 흑백의 바둑돌을 얼핏 보아도 급소를 알 수 있게 되니 입신의 경지에 오르는 때를 맞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