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마트에서 아이들 상품을 고르다가 중국산 장난감 자동차가 싼 것이 있길래 몇 개 사서 학원에 상품으로 비치해 놓았는데, 몇 주가 지나도록 한 명도 장난감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원생 중에는 6세나 7세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 아이들도 이미 장난감 세대는 아니었나 봅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TV만화나 전자게임에만 흥미가 있는 듯합니다. 심지어 만화책도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침 등교시간에 초등학교 앞에 차를 대놓고 있다보면 지나가는 아이들 중에 차에 붙어 있는 고스트바둑왕 만화그림에 눈길을 주는 아이들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공부 아니면 컴퓨터게임입니다. 그 외의 것들은 부모가 따로 시켜야 할 수 있는 부수적인 것들일 뿐입니다. 아이들의 관심이 모두 전자게임으로 쏠리게 되어 있는 국가적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공자님 말씀에 '노느니 바둑을 둬라'는 말씀이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우리의 상황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둑의 현재 위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교육 측면에서는 영어나 논술에 밀리고, 놀이문화 측면에서는 컴퓨터 게임이나 케이블TV에 밀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요즘 바둑학원을 찾는 학부모들은 전자매체의 폐해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거나 치유하기 위해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나 바둑전문가를 처음부터 꿈꾸고 오는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차에 붙이는 선팅은 만화그림보다는 아이와 어른이 진지하게, 또는 유쾌하게 웃으며 바둑을 두는 실물사진이 오히려 학부모들에게 더 어필하지 않을까 합니다.)

국가적으로 온라인 게임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이들 교육상으로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에서 온라인 보급율이 우리나라에 못미치는 것은 그들이 못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안하고 규제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오후 5시~6시에는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여가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드게임이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보드게임 시장이 크게 형성되고 있는데 일례로 독일의 2004년 보드게임 시장규모는 약 1조400억으로 같은 해 한국의 온라인게임시장 규모의 두 배 가까이 됩니다. 보드게임 '카탄'의 누적판매량은 '스타크래프트'의 누적판매량(약600만개)보다 많으며,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누적판매량은 약 2억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현재 전세계에 3만 여종의 보드게임이 존재하는데 바둑은 그 중의 하나입니다. 서양인들이 바둑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 할 것입니다.

보드게임의 장점은 다 아시다시피 가족문화, 건전한 레져, 교육적 효과 등입니다. 한국에서는 '게임'이라는 언어적인 장벽이 있긴 하지만 교육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점차 대중적인 인식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바둑이 살 길은 무엇일까요? 확실한 교육으로 인정받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냥 보드게임의 한 분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온라인게임이냐 보드게임이냐 아니면 바둑이냐, 국가정책 방향이 어디로 가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