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ㅡ 그대를 보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들 사랑도 속절없이 저물어


가을날 빈 들녘 환청같이

나지막히 그대 이름 부르면서

스러지는 하늘이여


버리고 싶은 노래들은 저문강에

쓸쓸히 물비늘로 떠돌게 하고

독약 같은 그리움에 늑골을 적시면서

실어증을 앓고 있는 실삼나무


작별 끝에 당도하는 낯선 마을

어느새 인적은 끊어지고

못다한 말들이 한 음절씩

저 멀리 불빛으로 흔들릴 때


발목에 쐐기풀로 감기는 바람

바람만 자학처럼 데리고 가자.


★꽃씨 - 서정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써야지

꿈속에서 만날수 있는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 하나의 유리이슬이 되어야지.


은해사 솔바람 목에 두르고

내 가슴의 서쪽으로 떨어지는 노을도 들고

그대 앞에 서면

그대는 깊이 숨겨둔 눈물로

내 눈 속 들꽃의 의미를 찿아내겠지.


사랑은 자기를 버릴 때 별이 되고

눈물은 모두 보여주며

비로소 고귀해 진다.

목숨을 걸고 시를 써도

나는 아직

그대의 노을을 보지 못했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위해

나는 그대 창 앞에 꽃씨를 뿌린다.


오직 그대 한사람을 위해

내 생명의 꽃씨를 묻는다

맑은 영혼으로 그대 앞에 서야지.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찿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비애(悲愛)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찿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위에

애정(愛情)의 핀을 꽃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사랑을 찿을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 할까


★진달래꽃 - 이진흥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온 몸 구석구석

오들오들 그리움이 피었습니다


가슴 속 관류하는 고통의 핏줄

바위 틈에 숨겨진 화려한 절망들이

봄바람에 터져서 피었습니다


향기로운 당신 말씀 가혹하여

함부로 찢어져서 빠알갛게

온 산에 철철철 흘렀습니다


★이형기 - 낙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쾅!!!